"부동산 거래 활발해지며 주담대 등 수요 늘어"
올해 초 가계부채가 2달 연속 감소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는 등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8.9%를 기록했다.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여전히 가장 높다.
하지만 전년동기(101.5%)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건 고무적이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이 100%를 밑돈 건 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3분기(100.5%)에 처음으로 100% 선을 넘어선 뒤 쭉 100%를 웃돌았다.
앞서 지난해 8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다"며 "현재 100%가 넘는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단 100% 밑으로 낮추는 1차 과제는 달성한 셈이다.
가계부채비율이 낮아진 건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가계가 새로운 빚을 떠안기보다 기존 빚을 갚는데 주력한 덕이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9000억 원 줄었다. 2월(-1조9000억 원)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 도봉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
하지만 지난달 흐름이 바뀌었다. 4월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699조 1939억원으로 전월 말(693조 5684억원) 대비 5조6255억 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3월 2조2238억 원 줄어 지난해 4월(-3조2971억 원) 이후 11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540조2446억 원)이 3조5976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104조2974억 원)은 1조 8953억 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주담대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신생아특례대출과 집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확대된 듯하다"고 진단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올랐다. 7주 연속 상승세다.
집값이 오르면서 아파트 거래량도 증가세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72건으로 전월(2511건) 대비 1561건 급증했다. 2021년 7월(4680건) 이후 2년9개월 만의 최대치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자연히 가계대출도 증가세다. 최근 은행 대출금리 상승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42~5.76%로 지난달 1일(연 3.06~5.48%)보다 하단은 0.36%포인트, 상단은 0.28%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전세대출 금리를 0.10%포인트 상향조정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2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0.15%포인트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1.5~2.0%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출을 억제하려면 금리를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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