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카카오그룹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사법리스크와 임직원 도덕적해이 등으로 쇄신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카카오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취임 8년차인 윤 대표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전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 비중이 1년 전보다 오히려 확대돼서다. 윤호영 대표는 플랫폼 수익 등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영업수익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난 14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역대 실적을 달성한 건 이자수익이 대폭 증가해서다. 올 1분기 이자수익은 58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0% 늘었다. 고금리 기조 속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으로 이자장사를 잘한 결과다.

같은 기간 비이자수익은 지난해 1분기 1090억원에서 올 1분기 1356억원으로 24.4% 증가하며 이자수익 증가폭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80.55%에서 올 1분기 81.11%로 0.56%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의 이자수익 의존도가 더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비이자수익은 19.45%에서 18.89%로 0.56%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카카오뱅크의 영업수익은 크게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 플랫폼수익 등 비이자수익에서 나온다. 특히 윤호영 대표는 비이자수익 중에서도 플랫폼수익을 확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플랫폼 수익에는 증권계좌개설, 연계대출, 제휴신용대출, 광고플랫폼, 미니(mini·만 7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만 개설할 수 있는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등에서 나오는 수익이 포함된다.

윤호영 대표는 은행 서비스 이외에 2357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이점을 내세우며 혁신금융에 기반한 플랫폼 수익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결국 이자이익에 집중한 '은행' 기능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올 1분기 플랫폼수익 비중은 2.90%로 3%채 되지 않는다. 전년 동기(3.16%)와 비교해선 플랫폼 수익 비중이 1년 새 0.26%포인트 떨어졌다.

일각에선 카카오뱅크가 2356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도 플랫폼 사업은 이렇다할 성장을 하지 못한 채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차별화된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카카오뱅크가 1분기 실적 개선에도 수익구조 개선과 신사업 확대 등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은행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과 많은 것들을 맞춰가면서 성장해가겠다"며 내실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향후 주가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표가 주가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표=카카오뱅크
표=카카오뱅크

문제는 가계대출에 치우친 대출 자산 구조다. 올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금(41조3000억원) 가운데 97.3%(40조2000억원)이 가계대출이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전월세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58.6%나 차지한다. 개인사업자대출은 2.7%(1조1000억원)에 그친다.

카카오뱅크의 수익원이 주택자금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자산에 치우쳐 있는 만큼 장기 성장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과당 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규모를 마냥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은행 대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카카오뱅크 NIM은 2.62%에서 올 1분기 2.18%로 1년새 0.44%포인트 떨어졌다.

그렇다고 카카오뱅크가 기업대출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사실상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하는 기업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상으로 한정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대출을 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어서다. 중소기업 등 법인 대출은 할 수 있지만 법인의 경우 제출 서류가 많은 데다 비대면으로 서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비대면 위주의 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 대출로 수익구조를 넓히기엔 한계가 있는 구조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 주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을 적정주가로 제시한 증권사가 있는 반면 적정주가를 상향한 증권사도 있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1월14일 종가 기준 3만1500원에서 현재 2만5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약 4개월만에 18.6%(5850원) 줄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적정주가를 3만7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하향했다. 교보증권은 3만7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내렸다.

신한투자증권과 메티르증권은 각각 3만3000원, 3만6000원 등 기존의 적정주가를 유지했다. 현대차증권은 2만8000원에서 3만원으로, 흥국증권은 3만1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